개망초꽃(3) / 청송 권규학
아무도 없는 외진 곳
바로 서기 불편한 비탈진 땅
아무리 열악한 환경, 어려운 여건에서도
말없이 싹을 내어 꿋꿋이 꽃을 피우는
개망초*, 너는 화해*의 꽃이요
은근과 끈기의 화신(化身)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라
비탈진 산하, 척박한 땅에서
작은 바람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너는
문전옥답(門前沃畓), 잘 가꿔진 화단
기름진 땅에 뿌리내린 그 어떤 것들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고하다
평탄한 땅, 가지런한 논밭
사람의 손길로 다듬어진 화단이 아니라 해도
스치는 바람에 온몸을 흔들며
낮게, 더 낮게 꽃을 피우는 개망초꽃
너를 보면
더는,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고
살아온 인생을 긍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더 나은 환경을 부러워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삶, 주어진 운명대로
모두 다 받아들이며 살기로 한다
이 땅의 민초(民草)로 사는 너의 모습처럼.(140803)
* 개망초 : '망국초', '왜풀', '개망풀'이라고도 불리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 화해 : '개망초'의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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