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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묵정밭

 

 

묵정밭 / 청송 권규학

 

 

마음이 모가 나면

세상도 모나게 보이고

마음이 둥글면

세상도 둥글둥글하게 보인다지요

 

이른 아침 창밖

온 세상이 푸르게 보이니

답답하던 내 마음에도

동글동글, 푸른 숲 향기가 아우릅니다

 

바람이 떠난 숲길에 서면

봇물처럼 밀려드는 낡은 외로움

가슴엔 온통 그리움의 알갱이들

묵정밭의 망초처럼 진을 칩니다

 

한 번 가면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을

그런 바람의 마음을 알기에

개망초 꽃망울에 그리움을 내겁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습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마음 밖

한 점 바람으로라도 찾아주기를

그렇게 한 해 두 해 세월만 허비했습니다

 

지금도 개망초 꽃망울엔

벌, 나비 쉼 없이 날아들지만

내 그리움의 대상은 보이질 않고

망초 꽃대 사이

하늬바람 애처로이 스쳐 갑니다.(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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