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그렇고, 농부가 그렇듯이 / 청송 권규학
봄이 오자마자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
여름 지나자 하나둘씩 길 위에 떨어져 눕는다
한 때나마 예쁜 꽃잎 달콤한 향기로
저마다 뽐내던 얼굴 얼굴들
떨어지는 모습에 애잔함이 스민다
꽃이 아름답다는 건
말없이 왔다가 말없이 지기 때문
피었다간 지고 때가 되면 다시 피는 꽃
절정의 그 순간은 정녕 아름답기 그지없다
채 꽃망울도 피우지 못하고 바람 한 점에 스러지는 꽃처럼
제대로 된 글 한 편 쓰지 못하고
이름 없이 사라지는 문인 작가들 또한 많다
피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듯이
씨를 뿌리지 않고, 추수하지 않는 농부는 농부가 아니듯이
이름만 올려놓고 글을 쓰지 않는 작가 역시 작가가 아니다
꽃이 그렇고, 농부가 그렇듯이
문인이라면 문인답게 꾸준히 글을 쓰고 다듬어야 할.(1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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