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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겨울 이야기(10)

 

 

겨울 이야기(10) / 청송 권규학

 

 

짧은 하루해가 서산마루에 걸리면

모락모락

장대 굴뚝마다 뽀얀 연기 구름

곤한 하루의 시장기를 불러모으는

어느 저물녘의 내 고향

 

동구 밖에선

정자나무에 걸린 연줄을 풀려고

와아 와와-

꼬마 아이들의 바쁜 음성들

귓전에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논배미에 걸터앉은 얕은 얼음판 위에서

너도나도 얼음지치기에 신이 나고

고무 같은 얼음판 위에서 스릴을 즐기던 그때

갈라진 얼음 밑으로 발이 빠져도

무작정 좋아라! 즐겁기만 했습니다

 

짧은 한낮을 가득 데운 차가운 햇볕에

추녀 끝 고드름이 눈물 흘리고

손을 내밀어 받을라치면

손등에 사마귀 돋는다고 말리시던 어머니

 

손발을 씻는 둥 마는 둥

얇은 창호지 한 장에

안팎을 구분 짓던 안방

 

작은 화로 앞에 옹기종기

동치미 한 그릇에 고구마 빼때기 몇 조각

말린 감 껍질에 입맛 다시던 어느 겨울날

 

돌아오지 않을 내 유년의 그리움

그립고, 또 그립고, 다시 그립습니다.(1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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