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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 / 청송 권규학

 

 

깊은 물일수록 큰 배를 띄울 수 있고

얕은 물에는 나뭇잎조차 띄우지 못하듯이

마음이 깊은 사람에겐 인재가 찾아들지만

마음이 얕은 사람에겐 친구도 등을 돌립니다

 

하루해가 서녘 하늘에 걸린 저물녘

노을빛 깔리는 낙동강 둔치에 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깁니다

행여, 지천명(知天命) 내 가슴 위에

작은 종이배 하나라도 띄운 적이 있었는지를…

 

얕은 물은

작은 돌 자갈을 만나도 요란스럽게 흐르지만

깊은 물은

아무리 큰 바윗덩이를 넘을지라도

아무런 거침 없이 당당히 흐르거늘

어찌 수심강정(水深江靜)*의 이치를 몰랐을까

 

지금껏 살아온 반백의 삶

어디부터가 시작이었고

또 어디쯤이면 끝이 날까

그저 무념무상으로 살고 싶은 마음

 

종(鐘)을 힘껏 치면

친 세기만큼 소리가 나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종(鐘)은

이미 종(鐘)이 아닌, 버림받은 물건이듯이

 

명경(明鏡)은 비추면 그림자가 나타나지만

비추어도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미 명경(明鏡)이 아닌, 내다 버린 거울이듯이

 

사랑하게 되면 대부분 사람이 따르지만

사랑해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은

이미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듯이.(130608)

 

* 수심강정(水深江靜)

: '수심이 얕은 물은 소리가 나게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는 뜻으로

'사람은 가벼운 언동보다 언제나 과묵하고 무겁게 지내야 한다'는 의미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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