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不眠)의 늪(1) / 청송 권규학
새벽 두 시, 나는 지금 불면(不眠)이다
창공을 날던 새들도
온 산야를 뛰놀던 들짐승도
지금은 모두 잠든 시간
무엇을 하려고 나만 홀로 잠들지 못하는가
징허게 울어 예는 들고양이들
그들의 단잠이
어둠의 허리춤에 얹혀있는 새벽녘
새벽은 새벽의 끝에 매달린 채
불면(不眠)의 목줄을 옥죄고 있다
새벽 세 시, 아직도 나는 불면(不眠)이다
무슨 고민이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불면증(不眠症)의 시작이려니 했다
무슨 큰 병(病)의 초기 증세려니, 의심도 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다
방(房)도, 집도, 산도, 강도, 바다도
돌아보니
세상 모두가 다 불면(不眠)이다
그래서, 그렇기에 오늘은 나도 불면(不眠)이다.(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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