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이(2) / 청송 권규학
이글거리는 태양이 넘나드는 곳
그 아래
두둥실 뭉게구름이 풍경화를 그리고
그 아래
비행기와 새가 날고
그 아래
키다리 포플러가 하늘을 찌르고
그 아래
예배당 꼭대기에 십자가가 빛나고
그 아래
비좁은 골목, 쓰레기가 잔뜩 쌓인
거기 그곳
쇠파리가 잉잉거리고 굼벵이가 꿈틀대는 곳
그곳이 하늘이었다
하늘이자 땅이기도 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세상이 있었다
쇠파리가 날고 굼벵이가 기어 다니는
지독히도 지저분하고 역겨운 그런…
그제야 나는 알았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착한 이를 등쳐먹고
어려운 이웃들에 사기를 치고
제논에만 물을 대려 안달하고
돈을 보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정직한 사람보다는
음흉하고 교활한 자가 유리하다는 것도…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걸 좋아하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헌신하고
내가 못 살아도 나보다 못한 이를 챙겨주고
남의 일에 내 일처럼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주는…
밟히고 짓이겨지고 생채기를 입어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직무에 충실한
그런 착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기에.(1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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