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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만춘(晩春) 애상(哀想)

 

 

만춘(晩春) 애상(哀想) / 청송 권규학

 

 

부산, 연분홍 벚꽃

꽃 비로 흩날리는 오후

서울, 산들바람에

늦잠자던 나무가 화들짝 눈을 뜬다

 

꽃망울을 부풀리고

꽃잎을 터뜨리고

연둣빛 잎과 싹을 밀어내는

 

겨우내

뒤집어쓴 두꺼운 이불을 들춰내고

하아-품, 봄날이 기지개를 켜면

 

두 눈에 달린 눈곱을 떼며

황망히 일어서는 겨울나무

지각, 지각이란 이름을 빌어

세상의 흐름마저 돌려놓는다

늦었다, 늦어도 보통 늦은 게 아니다

 

계절의 봄은 부산에서 서울로 기어오르지만

삶의 봄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리막질 친다

 

계절의 봄은 왔지만, 아직도 오지않은 삶의 봄날

오호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120419)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시기에 어울릴 만한 상황이 아닐 때 사용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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