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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양계장에서

 

 

양계장에서 / 청송 권규학

 

 

그곳은 언제나 밝다

낮이나 밤이나

눈이 부실 정도로

훤한 등불이 켜져 있다

 

얼마나 부러워할까

눈이 있어도 볼 수가 없고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는

어둡고 컴컴한 곳에 사는 이들은

 

하지만, 그곳은 천국이 아니다

발이 있어도 걸을 수 없고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으며

눈을 감아도 잠들 수 없는

 

차라리 지옥이다

같은 시간, 똑같은 식단에

온종일 음악을 들으며

그저 하루 하나, 알을 낳으면 그뿐

 

그건 고통이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치욕

그래도 할 수 없이 알을 낳는다

그건 인간을 향한 저주의 칼날이다.(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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