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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 / 청송 권규학

 

 

가을바람 부는 날엔

여장을 챙겨입고 들길을 나서자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풀은 바람을 따라 낮게 눕고

풀을 따라 나도 등을 붙이지만

 

풀은 바람과는 달랐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누운 자리에서 살갑게 운다

 

가을 들판 너머로 삶을 비추면

미처 몰랐던 속마음들이

속속들이 새록새록 고갤 쳐들고

 

내가 몰랐던 이름으로 말을 걸면

때론 그림으로, 때론 詩로

그림에서, 詩에서 나를 찾는다

 

가을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다

자연이 쓰지 못할 詩는 없을 테니까.(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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