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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장마인가

 

 

장마인가 / 청송 권규학

 

 

햇살 내린 지

한 두 시각쯤 지났을까

강가의 수양버들이

납작, 수면 위에 엎드렸다

 

어둡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투둑 투두둑

찢어진 하늘 구멍으로

빗방울 하나둘 미끄러진다

시작인가, 여름 장마가...

 

강물 위에 그려진 빗방울의 포말

또르르-, 물그림이 꽃으로 화하고

강물 위에 노닐던 소금쟁이들

이리저리 왔다 갔다

분주히 물 위를 날아다닌다

 

하늘의 천둥벌거숭이

물 위의 소금쟁이

물속의 송사리 떼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두 손 치켜들고 수선을 떤다

 

지난봄, 많이도 가물었나 보다

푸석푸석, 여름 초입의 강가

메마른 봄을 견딘

비를 기다리는 농심(農心)이

얕은 수심 위에 나래비를 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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