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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부모란 이름으로

 

 

부모란 이름으로 / 청송 권규학



내 어릴 적

아버지를 아배로, 어머니를 어매로 불렀습니다

아빠 엄마라는 다정스러운 이름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런 애칭이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습니다

내게 있어 부모님은 범접하지 못할 권위였기에

 

내 아이가 자라서 아빠라고 불렀을 때

부르르-, 온몸이 떨리는 충격을 느꼈습니다

'아빠 뭐 해!'

아이가 이립(而立) 지나 불혹(不惑)에 이를 때까지

아이에게서 존칭어나 존대어를 듣지 못했지만

그것조차 당연한 듯 받아들였습니다

결코 자식사랑이 아니었지만

기꺼이 그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아빠 엄마'보다는 '아버지 어머니'로

'뭐 해'보다는 '뭐 하세요'로

이젠 존칭과 존대어를 듣고 싶습니다

결코 권위를 따지는 꼰대가 아닙니다

철부지 자식으로만 머물기보다는

사회의 일원이 된 아이를 보고 싶기에.(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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