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에-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청송 권규학
입춘(立春) 지난 지 며칠
조작조작 사브작사브작
겨울비 성큼성큼, 사내 걸음으로
봄비 아장아장, 아기 걸음마로
그렇게 봄기운을 알렸다
산에 들에 봄빛 기척이 보이고
강과 바다에 쪽빛 완연해지는
해오름달* 지나고 시샘달* 끝자락
물오름달*에 잎새달*이 그리 멀지 않은
계절의 봄은 그렇게 다가왔지만
아직도 삶의 봄은 저만치 가까운 듯 멀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로고
동서남북 노론소론
당파와 집안싸움에 지치지도 않았는가
보수 진보 중도 개혁
끊이지 않는 이념과 진영대결
제 잇속 채우느라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22대 총선의 파고(波高)가 슬픈 현실이로세
구태(舊態)의 틀을 벗지 못하는 정치판
차라리 새판을 짜서 새봄을 맞을까
눈 오는 산*의 봄을 찾아 나서야만 하나
국민도 민주도 정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오로지 민초(民草)를 하늘로 우러를 줄 아는
그런 순수한 봄다운 봄, 어디 없을까.(240209)
* 달(月)의 순우리말
1월(해오름달), 2월(시샘달), 3월(물오름달), 4월(잎새달), 5월(푸른 달), 6월(누리달),
7월(견우직녀달), 8월(타오름달), 9월(열매달), 10월(하늘연달), 11월(미틈달), 12월(매듭달)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뜻으로
중국 당(唐) 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에서 유래됨.
즉, 한나라의 화친 정책에 따라 흉노 왕에게 시집을 간 한나라 원제의 궁녀
왕소군의 기구한 타향살이 사연을 시로 씀.
* 눈 오는 산 : 일본인 작가 '다지마 신지(1947~)'의 소설 제목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인간군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의인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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