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전쟁-밥그릇 싸움- / 청송 권규학
온 세상이 풀꽃 천지입니다
보는 눈이 달라서
누군가의 눈에는 꽃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흔하디 흔한 잡풀일 뿐이지만
아롱다롱 아름다운 꽃들도
짙푸르게 키를 키운 풀들도
여름 들녘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갑니다
어찌 보면, 아무렇지 않은 단순한 비교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선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옵니다
마치 극과 극의 관계인 약(藥)과 독(毒)처럼
숲 속에서의 잡초(雜草)는
큰 나무들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하지만
나무가 울창한 숲보다는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더 잘 자랍니다
마치 약자가 경쟁사회의 중심을 피해
울타리 외곽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처럼
밥그릇 싸움으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우리네 인간들이 사는 세상
잡초가 사는 들녘만큼이나 살벌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들
자손만대 제 잇속을 채우려 하지만
질그릇인지 금그릇인지
보는 눈이 많아서 금세 들통이 납니다
행여 눈앞의 무시무시함보다는
등 뒤의 서릿발이 더 무서울지도 모를.(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