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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매미

 

 

매미 / 청송 권규학

 

 

여름, 매미의 계절이다

키다리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가로수 벚나무 가지 위에서

낮들이 목청을 키우고서도

휘영청, 아파트 빌딩 숲

새어드는 가로등 불빛이 무색하게

밤들이 어둠을 깨부수는 너

 

맴맴 매애- 맴부렁 맴부렁-

쓰람 쓰르람- 쌔르응 쌔릉-

 

스산하다, 너의 울음소리는

하지만, 더위를 식히는 시원함도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 뙤약볕을 뚫고

귓청을 때리는 매미의 울음소리

간헐적으로 쏘아대는 쓰르라미의 노래

어둠을 가르는 그 울음엔 소름이 돋는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생을 살고자

땅속에서 몸을 키운 일곱 해

긴 세월 참고 또 참아낸 말문을 틔워

무엇을 말하려고 저리도 슬피 울까

 

짧고도 길고 길고도 짧은 인생

다 뱉어내지 못한 삶의 한(恨)

어쩌면, 인간의 슬픔을 대변하듯

해마다 여름이 오면

저리 구슬프게 통곡하는지도 모를.(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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