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 청송 권규학
후텁지근한 소서(小暑)의 여름
어둠이 머릿결을 풀어헤친 까만 밤
장대비, 흐트러진 차림을 여며
전원(田園)의 추녀를 기어든다
장마의 시작을 알림일까
거뭇거뭇, 땅바닥을 찍는 빗방울들
음습한 기운이 바람을 가두고
갇힌 바람은 은근히 몸집을 키운다
못자리 가장자리에선
밤들이 맹꽁이가 울고
뜨락의 감나무 가지에선
청개구리 울음이 하늘을 난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 지나
잔뜩 부풀려진 뚱보 바람
제 몸조차 간수하지 못하는 여름밤
이른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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