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는 적을 만들지 말아야 / 청송 권규학
세상이 온통 혼돈의 굴렁쇠다
굴렁굴렁, 한 바퀴 구를 때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지옥
천당과 지옥이 교차하는
세계는 하나라고 말들 하지만
자국의 이익 앞에서 천사는 없다는
전투란 군사로 한다지만
전쟁은 돈으로 하는 것
인근 마을 다섯이 희생되어야
큰 부자 하나가 만들어지듯이
강대국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인접한 약소국 다섯은 무너져야 하나니
풀숲을 헤치는 호랑이가
발아래 깔린 사마귀를 신경 쓸리 없다는
하늘은 한 사람을 죽이면
반드시 한 사람을 살린다지만
역사가 말하는 진리는 다르다
목구멍에 걸린 가시는
제거하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들어가는 법
내 목의 가시를 빼주려는 친구보다는
겉옷을 벗기려는 적을 만들지 말지니.(220301)
* 아비규환(阿鼻叫喚) : '끔찍함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