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송(孤松) / 청송 권규학
달구벌 돌아들어 산모퉁이 한적한 곳
맑은 물길 흐르는 청정고을
화려한 불빛 마을 소나무 한 그루
깎아지른 절벽 위에 외로이 섰네
혼탁한 세상의 온갖 유혹 마다하고
부는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쫄랑쫄랑 흐르는 계곡물을 벗 삼아
어제도 오늘도 한결같아라
세상에 함께할 이 그리 없더냐
숱한 인연(因緣) 등 뒤로 밀쳐두고
필연(必緣)마저도 우연(偶緣)으로 돌려놓은 채
첩첩산중(疊疊山中) 독생(獨生)이 웬일이더냐
내가 너를 잊었는지 버렸는지
네가 나를 버렸는지 잊었는지
묻힌 사연이야 태산 같지만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듯 오롯한 자세
사시사철 푸른 옷을 걸쳐 입은 채
묵묵히 세상을 바라보는 너
언제쯤이면 옷을 갈아입을까
푸른 겉옷을 벗고 붉은 외투를 걸칠 때가
세상은 알아주리라
사람도 알아주리라
죽어서야 비로소 살아난다는
전설 같은 고송(孤松)*의 깊은 마음을.(210622)
* 고송(孤松) : 외로운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