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도둑 / 청송 권규학
커튼을 올린 지가 금방인데
어느 순간 다시 커튼을 내립니다
눈을 뜨면 서산에 해가 지고
눈을 감으면 동녘에 해가 떠오르는
제대로 된 일꾼에겐 짧디 짧은 하루지만
하릴없는 백수에겐 길고 긴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도 가르친 적이 없건마는
세월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흐느적거리고
시간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순식간
세상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지만
아무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란 도둑은…
정처 없이 흐르는 세월이란 큰 도둑은
나무 숲에 숨겨두고 멀리서 지켜보고
짧은 마디 같은 시간이란 좀도둑들
세상 사람들 틈에 끼여 가까이서 보렵니다
나무를 숨길 때는 숲 속에 숨기고
사람은 사람이 많은 곳에 숨어야 하듯이…
숲에선 초목(草木)의 마음으로
세상사(世上事)는 바람(風)의 마음으로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어가듯
잊은 듯 숨겨두고 모른 척 살아가렵니다
사람을 속이려면
열 중 아홉은 진실을 말해야 성공하듯이
그저 세월과 시간 앞에서 진실하고 싶은.(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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