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전원(田園) / 청송 권규학
파릇파릇 연둣빛 새싹들
매미 울음소리도
단풍의 곡예비행도
코로나의 등살에 온데간데없고
갓 태어난 겨울바람이
을씨년스레 창문을 두드리는 밤
창 밖, 길고양이 소리 드세다
누구의 부름이 있었을까
토닥토닥 들녘에 내려앉은 겨울비
동초(冬草)들 목을 축이는 아침
전원(田園) 앞 뚝방 밑엔
마을 사람들의 행복이 개울을 타고 흐른다
참새들의 흥겨운 잔치판
기회를 엿보는 괭이들의 포복
이따금 까치들의 떼 울음
어느 것 하나 없어선 안 될 것들
전원(田園)의 하루는 버릴 게 없다
화단엔 연둣빛 마늘 싹이 돋고
화분엔 상추와 딸기 모종이 싹을 키우고
잎 보리 파란 싹이 기세 등등 피는
겨울 아닌 가을 같은 초겨울의 전원(田園)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으리.(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