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낙엽 사이 / 청송 권규학
온 힘을 다해 가지를 잡고 있는
파르르-, 저기 저 아름다운 나뭇잎
언제까지 단풍으로 남을 수 있을까
계절 앞에서
세월의 뒤켠에서
쉼 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잎새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 단풍이려니와
손을 놓는 순간 낙엽이 될 운명
현직과 퇴직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를
단풍과 낙엽*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거미줄처럼 아스라이 걸린 계절
만추(晩秋)*란 이름의 낡은 모습
이 쪽이 끝이라면
저 쪽은 시작이겠고
이 쪽이 시작이라면
저 쪽은 끝이 될 수도 있을 터
어차피 한쪽이 풍성한 가을이면
다른 한쪽은 얼음이 어는 겨울인 것을.(201009)
* 단풍과 낙엽 : '현직'과 '은퇴'의 비유
* 만추(晩秋) : '퇴직을 앞둔 고참 직장인'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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