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 청송 권규학
비가 내립니다
같은 비지만
봄에 들었던 빗소리와는 다른
진한 고독을 동반한 그런 비
그리운 누군가 빗줄기를 밟고
창문 턱에 다가와 서성이는 듯
어느새 마음은 그리움에 젖습니다
비는 외로움입니다
추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한 잔 술에 외로움을 잊으려 하는
목젖을 타고 넘는 알코올의 향기
어느새 온몸이 그리움에 젖고
마음 가득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모든 걸 가졌어도 허전할 때가 있고
아무것 없이도 뿌듯할 때가 있듯이
고독이란
첩첩산중 심산유곡에 있는 게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머무는 것도 아니며
도심(都心)의 숱한 사람들 사이를 떠돌기에
혼자라고 해서 반드시 고독한 게 아니라
군중(群衆) 속에 있어도 슬며시 찾아든다는.(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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