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비와 외로움

 

 

비와 외로움 / 청송 권규학

 

 

비가 내립니다

같은 비지만

봄에 들었던 빗소리와는 다른

진한 고독을 동반한 그런 비

그리운 누군가 빗줄기를 밟고

창문 턱에 다가와 서성이는 듯

어느새 마음은 그리움에 젖습니다

 

비는 외로움입니다

추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한 잔 술에 외로움을 잊으려 하는

목젖을 타고 넘는 알코올의 향기

어느새 온몸이 그리움에 젖고

마음 가득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모든 걸 가졌어도 허전할 때가 있고

아무것 없이도 뿌듯할 때가 있듯이

고독이란

첩첩산중 심산유곡에 있는 게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머무는 것도 아니며

도심(都心)의 숱한 사람들 사이를 떠돌기에

혼자라고 해서 반드시 고독한 게 아니라

군중(群衆) 속에 있어도 슬며시 찾아든다는.(200618)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처럼 안개처럼  (0) 2020.06.25
은행나무를 닮은 사람  (0) 2020.06.22
답게 살기  (0) 2020.06.17
세상은 공평합니다(1)  (0) 2020.06.13
적이기보다는 친구가 낫습니다  (0) 20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