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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신경림(우리교육)의 '시인을 찾아서'

    신경림(우리교육)의
    
    '시인을 찾아서'를 읽고
    
    
    신경림 그는 시인이다. 
    그는 주로 토속적인 이미지를 지녔지만 지조가 있는 시인이다. 
    시인은 기능적인 면보다, 
    정신적으로 사상적으로 풍요롭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사실 그의 글이 마음에 닿은 것은 시가 아니라 그와 여러 명이 여행하면서 쓴 『민요기행』이란 책이다.
    민요를 찾아 점점 산업화가 되어가는 우리 시골을 정감 있는 필치로 써 내려간 그의 글은 
    사라져 가는 전통적인 시골의 모습과 평범한 사람의 체취가 담긴 글이었다. 
    '시인을 찾아서'란 이 책에서는 그의 시적 경향이나 사상적인 면을 느껴볼 수가 있다. 
    구한말 이후 서양문명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으면서 생겨난 근대문학에서 많은 시인들이 만들어졌다. 
    그들 중에 우리 문학에 영향을 끼친 ‘좋은시’를 소개하고 
    그 시를 쓴 시인을 여러 방면을 탐구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하듯 시인 한사람 한사람을 본인의 기억에서 꺼내어 써 내려간 시문학사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책에는 모르는 시인들이 많이 나온다. 
    학교 다닐 때 이름만 이야기하고 그냥 넘어갔던 시인들도 나오고. 
    친구들 사이에서, 국어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찾아가야 거론되었던 시인들도 나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정지용 시인이다. 
    그리고 사상적 문제 때문에 이름만 거론되었던 임화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시인은 권태응 시인이었다. 
    권시인의 시가 우리 생각 속에 깊게 들어와 있음에 놀랐고, 
    암울한 시대에 우리 역사에 영향을 준 강대국의 영향을 '책자랑'이란 시를 통해서 
    간단하게 나타내는 그의 시는 대단히 함축적이고 복합적인 면이 보였다. 
    이 책에서 신경림이 뽑은 시인은 여러 사람과 토론을 거쳤다고 하지만 그가 뽑은 시인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시는 민족적인 정서를 지닌 사람으로 일관된 사상을 가진 절개가 있고, 
    지조가 있는 사람이 쓴 시인 것 같다. 
    그래야 오래도록 전해지고 낭송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좋은 시가 많이 읽히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책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현직 국어교사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고 한다. 
    그가 나름대로 좋은 시를 쓴 시인들을 뽑아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다니고 
    그들이 쓴 시를 다시 읽는 수고를 한 이유는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맘으로 쓰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교과서에서 접한 시가 마지막 일수도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책 안에서 신경림씨가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만큼 많은 시인들이 판치고 그리고 
    국민들이 시를 한 두 편 정도 못 외는 왜곡된 나라는 드물거라고 한 말에 안타까움이 밀려왔고,
    이번 MBC프로그램을 계기로 이 책이 많이 보급되어 소중한 시인들과 그들의 보석같은, 
    때론 삶과 같은 무게의 시들을 접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더 할수 없는 좋은 계기일거라고 본다. 
    특히 신경림씨가 직접 시인들의 자취가 남은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만들어진 이번 책은 
    많은 사진이 실리진 않았지만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개인적으론 솔솔했다. 
    시인들의 사진 역시 인상적이였다. 
    이미 고인이 된 시인들의 오래되고 낡은 흑백 사진들이 가지는 이미지와 
    그들의 시가 가지는 이미지가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시인들의 사진과 신경림씨가 시인들 하나하나에 올린 그들을 묘사한 짧은 글들을 읽고, 
    보는 기분이 이 책이 가지는 또 다른 재미중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던 몇 몇의 낯선 시인들도 금새 신경림씨의 따뜻한 시선으로 인해 
    오래 전부터 사랑해오던 시인들처럼 느껴졌다. 
    요즘 서점에 생선들 처럼 깔린 시집들의 가볍고 경박스러움을 느낀 것은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 안에서 신경림씨가 한 말이기도 하지만 
    시란 많이 쓰는 것보단 어떤 시를 쓰느냐가 더 중요하듯이 시인으로 살면서 
    한편이라도 건질 시가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출판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이런 시대에서 좋은 시들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들이 아니기에 아예 포기하고 고전적인 시들이나 읽거나 시에 관해서는 진보보다는 
    추억을 더듬듯이 그렇게 제자리를 가는게 아닌가싶은 안타까움도 들지만 
    이 책을 통해 시가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시가 가지는 중심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그건 아주 값진 것일 것이다. 
    요즘처럼 척박한 세상에서 시가 가지는 힘은 아주 클 거라고 본다. 
    시인에게 처음 시상이 떠오를 때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아름답고 진실해지길 소망하면서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