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용의 '흑산도'를 읽고
작가 「전광용」은 1918년 함북 북천 출생으로 서울대 문리과를 졸업했다.
1948년 '정한숙, 정한모, 남상규, 김봉혁 등과 '주막' 동인을 결성하여 문학수업과
학문에 전념하였으며, 195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흑산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1984년 정년 퇴임 후 1988년에 타계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흑산도', 'G M C', '영 1234', '사수', '꺼삐딴 리' 등이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북슬이', '용바위', '박영감' 등이다.
'박영감'은 아들을 바다에 잃고 손녀 '북슬이'와 함께 산다.
'북슬이'의 어머니는 남편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자 섬을 떠나 뭍으로 간다.
십여 년간 배를 같이 탄 '용바위'의 이글이글 타는 눈동자는 '박영감'의 가슴 빈 구석을 채워준다.
때문에 지난 여름 물을 실어 간 건착선의 곱슬머리가 찾아와서 '북슬이'에게 빨래비누 세 개와
담배를 주고 갔을 때 '박영감'은 그것을 왜 받았느냐고 나무란다.
'용바위'를 거리낌없게 생각하던 '북슬이'는 어느덧 그의 앞에서 수줍음을 느낀다.
'용바위'는 그녀를 제 물건 처럼 생각한다.
갯가에서는 마을 장정들의 노래소리와 꽹과리, 그리고 장구소리가 어우러져 울린다.
'인실이' 집 마당에서는 큰아기들이 목청을 돋아 강강수월래를 부른다.
'북슬이'는 할아버지가 기다릴 것을 생각하고 나오다가 '용바위'와 마주친다.
그들은 서로 껴 안는다.
헤어져 갯가 까막바위로 간 '용바위'는 고사를 지낼 녀석이 그러느냐고 어머니로부터 힐책을 받는다.
눈이 마을을 덮었다.
눈온 뒤에 바람이 분다는 말에 '북슬이'는 내심 불안해한다.
'용바위'는 '북슬이'의 신발과 자신의 작업복을 사기 위해 기어이 배를 타겠다고 주장한다.
다음 날 첫 닭이 울자 배는 물 때를 따라 떠난다.
아직도 갯가에 서 있는 '박영감'은 배가 어디쯤 지나고 있을 것인가를 어림하면서
돌처럼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활대 구름이 허리띠처럼 놓여있자 그는 불안해 진다.
해초를 뜯던 아낙네들이 뭍에 대한 동경을 하자
'북슬이'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섬 살림에 진절머리를 낸다.
그러나 '용바위' 때문에 자신이 섬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기잡이를 간 세 척의 배가 돌아온다. 열흘만에 구장네 배가 돌아온다.
그러나 순돌이네 배와 '용바위'가 탄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두 달이 꼬박 지났으나 '용바위'의 소식은 없다.
사람들의 입에서 '용바위'의 이야기가 차츰 사라져가나
'북슬이'는 날이 갈수록 '용바위'의 윤곽이 뚜렷이 떠오른다.
'북슬이'는 '곱슬머리'가 두고 간 쌀자루와 고무신을 '박영감'으로부터 전해 받는다.
신이 발에 맞기는 하나 눈처럼 흰 빛이어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벽에 진통을 시작한 '인실이' 어머니는 남편이 의사를 모셔오기도 전에 죽는다.
'북슬이'는 의사가 있는 육지에서 살아야겠다고 작심한다.
'용바위'가 돌아오지 않는 섬이 싫어진 '북슬이'는 '곱슬머리'를 생각한다.
'곱슬머리'가 내일 저녁 목포로 떠난다면서 까막바위에서 만나자고 한다.
'북슬이'는 육지의 화려한 모습과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까막바위에 간 '북슬이'는 '용바위'와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틀림없이 '용바위'가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끌과 자귀를 들고 밖으로 나온 '박영감'은 낡은 고깃배를 끌어내려 부러진 노를 잇는다.
그는 아들보다도 '용바위'를 더 그리워한다.
고깃배에 주낙을 실은 '박영감'은 뼈만 남은 양 어깨가 부서지도록 노를 젓는다.
멀리 나루터에 '북슬이'의 그림자가 주먹만하다가 '박영감'의 눈 시야에서 아물아물 사라진다.
'북슬이'의 눈은 하늘을 건너 아득한 육지 쪽을 향해 얼어 붙어있다.
이 책 '흑산도'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의 처녀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서울대학교와 국립도서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흑산도 학술조사대의 일원으로 참석하여
그곳에서 채록한 지명, 물명(선구, 해산물, 계절도, 화초 등), 방언, 민요 등을 바탕으로 해서 쓴 것이다.
부모와 형제를 잃은 어민들과 장차 결혼을 하기로 한 애인을 바다에 빼앗긴 어촌여인의 애환을
토속적인 언어와 토속적인 삶, 그리고 특정한 공간 등을 설정하여 구현하고 있어서
사실감과 현장성을 한층 더해 주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배에 줄낚시를 실은 '박영감'의 모습을 통해 끈질긴 인간의 생명력을 강조하고 있다.작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절하거나 패배하고 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끈질긴 생명력과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작품은 휴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허무를 극복하려는 어민들의 애환을 그린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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