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4) / 청송 권규학
저무는 것인지, 깊어가는 것인지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 보이지 않는
암담하고 참담한 2016년도의 겨울
멀리 얼음을 지치며 달려온 바람이
차갑게 식은 가슴으로 안기는 섣달
한 해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군더더기들이
질척거리고 미끄럽고 을씨년스럽다
봄 다음엔 여름, 여름 다음엔 가을
그리고 가을 다음엔 겨울
한반도는 사계절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봄도 가을도 사라진 지 오래
여름 다음엔 겨울, 겨울 다음엔 여름
그렇게 여름과 겨울 두 계절뿐이다
지겹도록 찌질거리는 여름
시리도록 처절해지는 겨울
이 땅에 둘 밖에 없는 계절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불안과 초조의 그림자가 드리운 12월의 정거장에
언제쯤이면 바람이 불까?
봄바람, 봄이라는 희망의 바람이.(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