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에서 / 청송 권규학
가을산에 올라보라
산의 굽은 등허리를 은빛 물결로 장식한 억새꽃,
실바람의 놀림에는 여리디여린 흰머리 소녀가 되고
산바람의 꾸지람에는 어느새 골목대장 소년이 되는…
그리움과 고독이 상존하는 계절이 작별을 고하기 전에
산허리를 감싸잡고 온 힘을 다해 그 품을 껴안아 보라
그리고 가을이 베푸는 현란한 마법에 취해보라
무엇이 그리도 중요한가
또 무엇이 그토록 소중한가
억새꽃 하얀 물결 사라지고 나면
가을은 강물처럼
어느 바닷가 언저리를 맴돌 텐데…
지금은 가을, 가을이라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느리게 더 느리게
계절의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억새의 하얀 감성에 안겨보라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하늘
또 맑을 대로 맑아진 공기
이 멋진 계절을 담은 산 녘에서
억새꽃 하얀 머리칼을
가슴 한켠에 꽂아보라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고
꿈꾸지 않으면 평안하다지만
무엇이 예뻐서 그리 아프고
또 무엇이 그리도 평안을 줬는가
세상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네
그래서 인생의 여행길도 끝이 없다네
그 여행 길엔
엄청난 에너지가 숨어 있기에
많이 울었던 만큼 더 웃을 수 있기를.(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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