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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길(道)2

 

 

길(道)2 / 청송 권규학

 

 

길이 있었다, 길 아닌 그 길이

반백 년을 건너뛰어

이순(耳順)에 이르도록

같은 듯 다른 험난한 그 길

 

내 아버지가 걸었고

내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

 

있는 듯 보이질 않았고

없는 듯 보이던 그 길

언젠가부터

길 아닌 그 길에 꽃이 피었다

그 꽃 역시

보일 듯 보이지 않았고

보이지 않듯 환히 보였다

 

길은 늘 그랬다

금방 눈앞에 나타났다가

금세 바람처럼 흩어지곤 한다

이젠 그 길로 발길을 돌려야 할 성싶다

 

정녕 이젠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빗소리 청아한 새벽녘

인생 3막 60장을 채우고자

오늘도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고뇌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차라리 길을 내지 않았다면

모든 방향이 트인 길이건만

길을 낸 순간

길은 길이되 이미 길이 아닌 그 길

흙탕물 흐르는 복개로에

죄 없는 발자국을 찍는 하루가 섧다.(1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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