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1) / 청송 권규학
봄바람이 놀다 간 자리
밤새
정분이라도 났는지
들썩들썩
풀꽃들의 용틀임이 대단하다
저수지* 가장자리에선
몽알몽알
수초들이 옹알이를 짓고
자라풀 한 포기
발라당- 물 위에 드러누워 등을 보인다
급하다 급해
봄이 떠나기 전
먼저 세상을 보고자 하는
풀꽃들의 경쟁이 장난 아니다
내 마음도 꽃길을 따라
하느작하느작
저수지 둑길을 노닐다가
한 마디 말도 못하고 흙으로 스며들어
푸석푸석한 밭고랑 사이
풀꽃의 발가락을 간질이며 논다.(150331)
* 저수지 : '덕곡저수지', 경남 밀양시 부북면 덕곡리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