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나무처럼 / 청송 권규학
너는 꽃이다
필 때도 꽃이란 이름이었다가
질 때도 꽃이란 이름으로 지는
필 때는 향기로 왔다가 질 때는 눈물로 가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죽음으로 마감하는
너는 사랑이란 이름의 꽃, 봄꽃이다
이 산 저 산에
복수초 노루귀 할미꽃 양지꽃 바람꽃들
이 들녘 저 들녘엔
냉이 꽃다지 봄맞이 제비꽃 민들레 별꽃들
키 큰 나무가 채 잠에서 깨기도 전에
살아남고자 하는 키 작은 꽃들의 안간힘
한쪽에 비켜서서, 한쪽으로 벗어나서
둥글둥글 아우르는 꽃과 나무의 깜찍한 모습들
어쩌면 키 큰 나무들의 양보인지도 모를 그런…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네 삶도
키 작은 꽃이 물러서서 꽃을 피우듯이
키 큰 나무가 비켜선 채 기다려주듯이
세상이란 땅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도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발짝 비켜서고, 한걸음 물러설 수 있기를…
정녕 그랬으면 좋겠다
키 작은 꽃처럼 키 큰 나무처럼
한 세상 두리둥실 그저 그렇게.(1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