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7) / 청송 권규학
춥다, 몹시 춥다
속내의에 겉옷 하나 더 걸치고
조끼에다가 아웃도어까지 껴입었다
허전한 목덜미엔 목도리를 하고
머리엔 모자를 꾹 눌러썼는데도
모진 겨울의 찬바람은
두꺼운 겉옷을 파고들어
속살 깊은 맨살에까지
강력한 메시지를 불어넣는다
길섶엔
앙상하니 발가벗은 풀과 나무들
그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풀꽃아, 나목(裸木)아
너는 이 찬바람이 춥질 않니?
나무도 엄연히 살아 있는 목숨이거늘
어찌 추위를 모를까만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풀꽃과 나무, 그 천형(天刑)의 고통을
겨울 추위가 어찌 알까마는
이 모진 추위를 버티고 견뎌
새봄, 연초록 새순을 틔우는 너
풀꽃아 나무야
헐벗은 가지 위에
남루한 내 겉옷이라도 걸쳐줄까나.(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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