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겨울나무(7)

 

 

겨울나무(7) / 청송 권규학

 

 

춥다, 몹시 춥다

속내의에 겉옷 하나 더 걸치고

조끼에다가 아웃도어까지 껴입었다

 

허전한 목덜미엔 목도리를 하고

머리엔 모자를 꾹 눌러썼는데도

모진 겨울의 찬바람은

두꺼운 겉옷을 파고들어

속살 깊은 맨살에까지

강력한 메시지를 불어넣는다

 

길섶엔

앙상하니 발가벗은 풀과 나무들

그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풀꽃아, 나목(裸木)아

너는 이 찬바람이 춥질 않니?

 

나무도 엄연히 살아 있는 목숨이거늘

어찌 추위를 모를까만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풀꽃과 나무, 그 천형(天刑)의 고통을

겨울 추위가 어찌 알까마는

 

이 모진 추위를 버티고 견뎌

새봄, 연초록 새순을 틔우는 너

풀꽃아 나무야

헐벗은 가지 위에

남루한 내 겉옷이라도 걸쳐줄까나.(141217)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비(2)  (0) 2014.12.20
첫눈(3)  (0) 2014.12.19
겨울 연가(戀歌)4  (0) 2014.12.1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인사  (0) 2014.12.14
사랑, 그리고 그리움  (0)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