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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큰 누이

 

 

큰 누이 / 청송 권규학

 

 

해마다 큰 누이는 김장을 한다

식구들 먹을 것 챙겨놓고

객지생활 자식 몫 챙기고

덤으로 또 여러 몫을 준비하곤 한다

 

김치뿐이 아니다

마늘 철이면 마늘 몇 접

고추 철이면 고춧가루를

참기름이랑 들기름에 갖은 채소까지

조목조목, 몫을 나눠 창고에 둔다

 

이 사람 저 사람

퍼주고 또 퍼주어

더는 남을 게 없을성싶은데

누이의 보물창고엔 늘 정이 넘친다

 

동생아, 고향에 언제 오니

올 때는 빈 통 꼭 챙겨오그라

다락방 창고 앞에 서 있는 누이에게서

오래전, 세상을 버리신 어머님을 본다

 

오늘도 나는

전화기 저편, 누이의 목소리에서

가슴 가득 내 어머님을 담는다.(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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