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解脫), 쉽고도 어려운(1) / 청송 권규학
비우자, 버리자, 털어내자
심심하면 한 마디씩 던지는 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털어내자는 것인가
눈도 녹으면 먼지가 나오지만
욕심 없이 살다가 떠나는 인생길엔
털고 또 털어도 나올 먼지가 없을 터
한 세상 살면서 욕심일랑 웬 말이던가
혹여 그대는 아시는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인생길
떠날 때 입을 수의(壽衣)엔
작은 주머니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는 것을…
사람아, 탐욕에 젖어 사는 사람아
태어날 때 움켜쥔 손
죽을 땐 그저 쭉 펴고 가시게나
상해도 냄새가 없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썩을 때도 욕심 하나 품지 않은 탓일 터
도돌이표가 없이 잠시 머물다 가는 삶
작은 바람에도 옷깃을 여미고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
모든 걸 털어내고 가벼이 가세나
책상 위의 시계침이 돌다가 알람을 울린다
째깍째깍 또각또각
띠리리리 띠리리링
세월의 독약(毒藥)을 먹이는 소리다.(1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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