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日沒)의 노래 / 청송 권규학
해와 달을 묶어 둔 끈이라도 있는 건가
팽팽하던 두 개의 줄을 잡아당겼는지
낮과 밤은 쉴 새 없이 돌아들고
세월의 강물은 멈춤 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눈 깜짝할 새
젊음이란 시간은 저만치 앞서 달아나고
몸뚱이 안,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어둠 속, 한 마리 불새로 날아올랐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낮과 밤은 늘 그렇게 반복된 길을 걷고 있었다
젊음이란 게 기울어지는 해와 같다면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굴레를 따라 흘러
떠나간 젊음을 찾으려 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이제 내 젊음의 굴렁쇠는 서쪽으로 굴렀다
사랑해야 할 사랑을 뒤로하고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랑에 목숨을 거는
그래도 그게 사랑이라는 확신으로
밤낮을 죄인처럼 마음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오늘도 태양은 내 젊음을 짊어지고
뉘엿뉘엿
노을 진 서녘 하늘을 넘나드는데
해를 마중하는 손톱달 하나
어스름 서쪽 하늘에 시린 미소를 띤다
어쩌면 가는 것이 오는 것이요
떠남이 곧 머묾이 될 수도 있는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이요
만남은 이미 떠남인지도 모르는 삶
문득
잔잔하던 마음 안, 정심(情心)의 자리에
소용돌이로 타오르는 영원의 불꽃을 본다.(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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