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5) / 청송 권규학
아들아!
오늘은 네가 입영 후 두 번 째 맞는 주일이다.
지난주엔 혹여 네가 종교활동에 갔는가 싶어
기독교 종교활동 사진만 눈이 빠져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행여 천주교나 불교 쪽에 있는가 싶어서 며칠 동안 찾았지만 너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까 이번엔 행여 보이지 않을까.
왜 이렇게도 군복 입은 너의 모습이 보고 싶은지 이유를 모르겠구나.
다행하게도 운동복을 입은 모습이나마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이니.
입영 주일에 신상 파악하고, 면담하고, 이런저런 내무실 편성까지…
그리고 또 1주일은 제식훈련과 총검술, 그리고 병공통과제 중 일부를 훈련했겠지.
이제 오늘만 쉬면 내일부터는 사격술 예비훈련에서 사격까지
일련의 훈련과정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너는 훌륭하게 그 모든 교육과정을 잘 이겨낼 것이다.
입영 전에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던 모습과는 달리
활짝 웃는 너의 모습을 보니 아빠의 그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느낀다.
달라진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며 매사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너를 생각할 때마다
아빠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단다.
사랑하는 아들, 순환아!
오늘은 비가 내린다는구나.
후방지역에는 비가 내린다지만, 전방지역에서는 눈이 내릴 테지.
하얀 눈이 펄펄 내리면 그 눈은 엄마 아빠의 모습으로 생각하려무나.
후방지역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하얀 눈, 그곳 전방에서라도 볼 수 있음이 행복인 게지.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엄마가 강원도 양양으로 업무차 다녀오셨다.
내려오는 길에 눈이 내렸는데, 금방 눈이 녹고 진눈깨비로 변했다더구나.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만큼 춥질 않고
포근하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 아니할 수가 없단다.
오늘은 엄마랑, 아라랑 소식 주고받고
활짝 웃는 너의 표정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너의 모습을 볼수록 아빠는 마음이 듬직해진다.
교육 수료식 날짜가 12월 20일이니까 손가락을 꼽아봐도 그리 멀지 않았다.
건강하게, 튼튼하게 교육 잘 받고, 12월 20일 그때 우리 만나자꾸나.
카페의 안내문을 쭈욱 읽어보니까 날씨가 추워서 네가 수료할 때쯤이면
대대 연병장이나 공설운동장이 아닌, '화천 문화예술회관'이 될 듯싶구나.
아마도 외박은 안 될 듯하니 짧은 시간이나마 외출이 될 듯하니
대구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전 11시까지 신교대에 도착하면 될 것 같다.
그날까지 내 아들, 훈련 열심히 받길 바란다.
오늘은 꼭 교회에 가서 예배보고, 기도도 열심히 하려무나.
사진 찍는 것 꼭…, 잊지 말고…! ㅎㅎㅎ
그럼, 다음에 또 편지 전하마.
내 아들 순환이,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2012. 11. 25. 아빠가.
너를 보내고-입영한 아들에게- / 청송 권규학
늦가을, 은행잎이 떨어져 뒹구는 날
하나뿐인 자식을 군에 보냈다
게으름 피우고 말썽부릴 때면
자식이란 이름마저도 까마득한
평소에는 그저 귀찮기만 한 존재
과연 무엇일까, 부모라는 자리는…
어머니는 어떤 존재이며
아버지는 또 어떤 의미일까
선선하던 바람이 쌀쌀함으로 변하고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다
계절이야 늘 가던 길을 가는 것이겠지만
숱한 고생을 감내하며 키운 아이
군(軍)에 보내고서야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다
사랑이란 게 '내리사랑'이 우선이라지만
부모로 태어나는 게 전부가 아니라
노력을 해야 비로소 부모가 된다는 것을.(121125)
- 사랑하는 아들의 멋진 군 생활을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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