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능소화 / 청송 권규학
폭염의 끝을 잡고자 나선 길
어느 조용한 사찰 담벼락에
긴 머리를 땋은 듯
능소화 넝쿨, 줄줄이 조등(弔燈)을 걸고 있다
알록달록 봄꽃들 물러나고
지천(至賤)에 널려 핀 망초 꽃도 주춤한 달
아직도 할 말이 남아있는가
제철이 지난 지 이미 오래건만
산사(山寺)의 담벼락을 타고 올라
서까래 끄트머리, 풍경(風磬)을 울리는 등꽃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린
7월과 8월에 남이 있던 이야기
하늘과 땅 사이
능소화, 연통(戀通)의 다리를 놓네.(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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