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草露)의 인생 / 청송 권규학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이 무덥고 지겨운 계절
여름도 후다닥-, 금방 떠나고 말겠지만
한 잎 두 잎, 파란 이파리들 낙엽으로 떨어져
배수로 구석으로 돌아서 눕는 계절
그 가을, 겨울이 올 때쯤이면 또 몇 살을 먹을까
부쩍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포근한 봄 뒤의 무더위가 와서도 아니요
더위 뒤의 쌀쌀함에서 오는 건 더욱 아니다
따가운 햇살 한 줌
감미로운 음악 한 소절
팔랑대며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외줄기 바람 한 점에도
덕실덕실 묻어나는 깊은 외로움이다
문득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게 아니라
뭔가 시린 마음에서 미끄러져 오는 허한 느낌
나이 먹은 탓일까, 나이 먹어가는 증거일까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부모·형제, 가족 친지
언제나 변함없을 것만 같던 사랑하는 친구들
하나둘 곁을 떠나는 순간, 정말이지 더는 희망이 없다
소갈머리 반들반들해지고
주변머리 희끗희끗해지는 초로(初老)의 인생길에서
한 발 재겨 디딜 곳도 없는, 그저 막연한 기다림일 뿐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세월이 흐른다는 것
슬프다, 아프다, 아쉽다, 안타깝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진실한 삶을 가꾸고
더 새롭고 진솔한 친구를 만나자
한 숨, 두 숨…. 들이쉬고 내뿜는 들숨 날숨들
숨 쉴 때마다 희망을 간직하고
심장의 박동이 있을 때마다 희망을 담자
심장박동이 그치지 않는 한, 숨 쉬는 순간이 행복일 테니.(1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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