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천국(天國), 대한민국-1위라면 무조건 좋은가- / 靑松 권규학
최근 IMF를 능가하는 경제침체와 정치권의 급격한 변동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년 만에 있을 법한 총선(總選)과 대선(大選) 일정이 올해에 모두 잡혀 있고,
미국, 중국, 러시아와 이웃 나라 일본까지 정권교체의 물살을 타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김정일의 사망과 함께 29세의 어린 나이인 김정은이 정권을 세습하였다.
이런 급변하는 정치 흐름 속에서 2012년 임진년(壬辰年)이 그 막을 열었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오는 '흑룡(黑龍)의 해'라고 해서 그 의미는 더욱 깊다.
이러한 여파를 증명이라도 하 듯,
국내외적으로 각계각층에서의 거센 변화와 개혁의 움직임이 그치질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총선(總選)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는 한편,
대선(大選)을 향한 당파 간의 당리당략적 행동과 대권 주자들의 발 빠른 모습들이
두 눈에 훤히 잡혀 온다.
그뿐만 아니라 국외적으로도 그런 조짐들은 곳곳에서 마치 전염병처럼 이곳저곳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힘 있는 조직은 그 조직 나름대로,
또 국민과 이익단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생존권 보존 차원에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 서로 간의 이해득실은 둘째치고라도 그 가운데에 끼여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힘없는 국민은 이래저래 아픈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경제사정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민의 의식 수준만큼은 옛날의 맹목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있고,
세계 곳곳에 파고든 한류열풍이 그나마 심적 빈곤에 허덕이는 우리들의 가슴에
커다란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의 세월 동안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래 반세기, 이 짧은 기간에 우리는 폐허의 잿더미 속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경이할 만한 기적을 이루어
세계의 본보기(Roll Model)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희의 모습 뒤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면도 없잖아 있다.
언제였던가, 모 일간지의 한 면을 장식했던 웃지 못할 내용을 소개해 본다.
'한국 남녀의 세계 1위 기록들'이란 거창한 제목!
정말이지 우리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것들이 이다지도 많았던가?
가슴 뿌듯한 기분으로 신이 나서 읽어내려가는 순간….
처음 기분과는 달리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의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 온몸을 떨었다.
과연 1위라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
절대 그렇지만은 않다.
신문지상의 글은 대한민국의 긍정적 측면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누가 보기에도 우리의 사고(思考)를 전환해야 할 부정적 요소들을 소개한 글이었고,
그 부정적인 요소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論理)들이었다.
그 내용인즉슨,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여성만을 위한 확실한 보장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란다.
그 첫 번째 이유로써 '여성부'가 설치되어 있음을 들었다.
'여성부'가 설치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딱 2개국…. 한국과 뉴질랜드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여성부' 공무원 수는 46명에 불과하나 우리나라는 102명으로써
1년 예산이 뉴질랜드의 3배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는 '혼인빙자 간음죄'로써 이는 전 세계에서 대만과 한국에만 존재하며,
대만은 벌금형 위주임에 반해 한국은 징역형이 가능하여 그 처벌수위가 훨씬 높다.
셋째는 여성들에게 '생리휴가'를 주는 것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공무원 시험 여성할당제'도 30%로써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그러다 보니 이젠 전국 동(洞)주민센터 공무원들의 90% 이상이 여성 공무원들뿐이며,
이젠 오히려 남성공무원 할당제가 도입되는 등, 역 성차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양이나 남의 나랏일로만 치부해왔던 생소한 분야에도
한국 여성들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대한민국 여성들은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고
남성들만을 위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저런 분야에서 한국 여성들이 가지는 좋지 못한 기록과 피해의식이 뜻밖에 많다.
먼저 공식적인 통계를 보면
'성형수술 17%', '제왕절개 39.6%','여성 흡연자 1일 흡연량 24.8개비', '전업주부율 58%',
'낙태율 매년 100만 건 이상 발생' 등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비공식적인 통계일는지는 몰라도 '성차별 피해의식', '더치페이 안 하기', '공주병 환자 수',
'남자 등쳐먹는 꽃뱀 수', '화장품 사용빈도', '한국 남자 무시하기', '
남자만 군대에 가야 한다는 여성 우월주의 생각', '3D 업종은 남자 일로 여기기',
'남자에 기생하기(시집 잘 가 팔자 고치기)' 등,
결코 환영받지 못할 세계 1위 기록들을 한국여성들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은 공식적인 확인과정이 없는 비공식적 낭설이라 치부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낭설들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인 걸 어찌하랴.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남성들의 위상은 갈수록 취약해져만 간다.
한국의 남성들은 가족을 위해 뼈 빠지게 일만 한다.
21세기를 맞은 현재 한국 남자들은
'40대 사망률 세계 1위', '4~50대 여성대비 남성 사망률 세계 1위(여성의 3배)',
'4~50대 여성대비 남성 자살률 세계 1위(여성의 3.3배)', '남성 근로자 노동시간 OECD 가입국 중 1위',
'남성 혼자 밥벌이하기 세계 1위', '남녀 수명차 세계 1위(7.5년)', '예비군 훈련 자비 부담률 세계 1위' 등,
한국 남자들의 현주소는….
흔히 말하는 '고개 숙인 아버지'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초라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징병제를 채택한 국가는 10여 개 정도 되지만
남자만 징병으로 2년 가까이 군에서 복무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다.
어디 그뿐이랴!
내 조국 대한민국은 남자만 민방위 받게 하는 유일한 국가요,
남자만 징병하면서 아무런 보상도 없는 국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뼈 빠지게 일만 하고 그나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월급마저도
꼬박꼬박 안주인(아내·여성)의 통장에 자동으로 입금된다.
물론 가장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이겠지만 가족의 부양책임을 남자에게만 떠맡기는 이런 나라….
정말이지 내 조국 대한민국은 남성을 위한 나라인가….
여성을 위한 나라인가…. 아니면 진정 남녀평등의 나라인가?
나만의 소견인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천국'이란 느낌이다.
최근엔 남성보다도 여성을 위한 갖가지 보장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대한민국 여성은 아직도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으며,
그나마 금녀구역(禁女區域)으로만 알고 있던 직종(군·경찰, 경호원, 기타)에까지
여성의 활동영역을 넓히려고만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읽었던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의 '세상의 모든 딸들'이라는 소설의 내용이 떠오른다.
그 소설을 읽고 느낀 바는 이러하다.
고기를 구해오고, 오두막을 짓고, 일족을 지휘 통솔하는 남자에 비해
여자는 고작해야 오두막을 따뜻하게 하고, 고기를 구울 땔감을 구하거나 바느질을 한다든지….
그런 역할에 만족했던 원시시대의 여인들….
언제든 남자에게 함부로 다루어지고, 다만 종족 번식의 도구로써만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들의 삶을 보면서, 그리고 그러한 굴종(屈從)의 세월 속에서도 변혁을 꿈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살아왔던 그녀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고 또 했다.
2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시대 여인들이 처했던 상황에서
단 몇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여성들의 위상에 관해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여성을 종족 번식의 수단이 아닌, 오직 성적 욕구충족으로 보는 시각이
오히려 2만 년 전의 그 시대보다 더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물론 모든 남성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 남성들이 그러한 시각을 가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을 방치했을 경우 그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세상의 절반씩을 공유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를 '편 가르기'하기보다는
오히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가를 제시하는 듯한
그 소설에서 그 답변을 찾으려면 앞으로 2만 년의 세월이 또다시 지난다 해도
여전히 여자만의 몫으로 남을 것 같다.
누군가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다.
과연 만고 불변(萬古 不變)의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종족 번식 등등,
오로지 원초적인 몇 가지 삶의 형태만 있었던 2만 년 전의 시베리아 남부 어느 계곡으로부터
우리가 몸담은 이 땅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딸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기에 세상의 모든 행적 위에 피와 눈물로 짜인 딸들의 발자국은
설령 세상의 모든 여자가 침묵하고 있을지라도 인간의 역사를 얘기함에 결코 무시될 수 없다.
또한, 우리 인간사회가 유사 이래 지금까지 남자에 의해 지배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지배한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서로 협력해서 세상의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현실상황하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역할과 몫을 적절히 합치시키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
여권확장이니, 페미니즘이니 하는 용어 자체가 여자의 존재를 평가절하하는 말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역자(譯者) 후기(後記)의 기록처럼,
여자를 고작해야 남자의 갈비뼈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오만한 남자들이 먼저 읽어야 하며,
그런 남자들의 독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또 다른 독단으로 부질없는 논쟁을 일삼는 여자들이 또한
읽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했다.
2만 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
기존의 남성우월의 사회질서 속에서 남성들에게 짓밟힌 여권(女權)을 살리려 했던
여주인공 '야난'의 몸부림…. 소설 내용과는 달리 2만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삶에 관한 한 변화된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그러한 사고(思考)의 범위가
이제는 서서히 바뀌고 있는 상황을 새로이 실감할 수가 있었다.
또한,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도 여성의 위상을 확연히 확인할 수가 있다.
남편 '헬머'의 배신행위에 반발하여 자식들마저 버리고 집을 뛰쳐나온 여주인공 '노라'의 모습은
당시 상황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엄청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인형의 집' 여주인공의 모습이 여성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고도 하지만,
요즈음의 한국여성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이젠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만 한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소설에서처럼 여성의 지위가 그렇게 초라하지가 않다.
그렇기에 최근의 대한민국 여성들은 남성으로부터 배척받고 있다는
지나친 피해의식만큼은 갖지 말기를 바라고,
설혹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조속히 떨쳐버리라고 권고하고 싶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妻家)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나
'아들을 얻으면 고생이 한 말이요, 딸을 얻으면 세계 일주 호강을 한다'는 흔한 말처럼
요즈음의 시대추세는 내 혈육보다도 처가(妻家)와 아내를 위해 더욱 희생하고,
'효자(孝子)'가 되기보다는 '효서(孝壻 : 효자사위)'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이런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한국여성들의 남성대비 사회적 위상은 갈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만 대한민국 남자들만큼 여성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국가로부터…. 사회로부터…. 그리고 가족과 남편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대한민국 여성들이기에….
뭣이든 1위라고 무조건 좋아할 것이 아니라 수치스런 세계 1위의 기록만큼은 떨쳐낼 수 있도록
대한민국 여성들의 겸양 지덕을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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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영화가 개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엔 아무런 느낌 없이 그 영화를 봤던 것 같은데,
왠지 요즈음에 이르러 그 느낌이 너무도 무거운 깊이로 내 가슴을 파고드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우리 사회는 너무도 지나치리만치 1등만을 원하고 있다.
유아원에서부터….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어디 그뿐이랴!
성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 구석구석 최고를 위한 1위 경쟁은 그 도를 더해가기만 한다.
어차피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인생이요….
또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상살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인성이나 인간미는 아예 무시한 채 서열 위주의 삶을 추구해 가는 모습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여기!
내 조국 대한민국 여성의 위상을 찾아보았다.
원래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또 가진 것이 별로 없는 무뢰한이다 보니
뜻한바, 실체를 제대로 파헤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맺힌 이야기들을 풀어내긴 했다.
여성 분이 이 글을 읽으면 또 어떤 반발을 하실진 모르겠으나.
이 글은 남과 여를 구분해서 득과 실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냉철히 되짚어 보고자 하는….
나만의 별 뜻 없는 의미이니만큼 별다른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그냥 마음 편히 웃으면서 읽되, 다른 사람들과 내 조국의 현실, 그리고
그 곁가지 하나만큼이라도 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여성이라면, 잠시나마 달콤(?)한 조소(嘲笑)를….
그리고 남성이라면 분발을 촉구하는 그런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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