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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청송 권규학

 

 

[러브레터 91]-'결혼이란 서로 다른 것들을 찾아내는 것'-

 

아내와 결혼한 지 어언 30여 년.

 

30여 년의 긴 세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살아온 끝에 얻은 확실한 결론의 하나는

'우리 부부는 대부분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던 큰일이든 마찬가지다.

이렇게 서로 맞지 않으면서

'지난 30여 년을 도대체 어떻게 함께 살아왔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많다.

 

앞으로도 살면 살수록 안 맞는 부분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함께 사는 일이란 마치

서로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둘씩 찾아내고 쌓아 가는 일인 것 같다.

 

- 박범신의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중에서

 

 

세월이 흐를수록 신혼부부의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이혼하는 부부 가운데 절반이 결혼 3년 미만의 신혼부부라는 통계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혼이혼(新婚離婚)'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고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두 사람 간의 틈새가 더 벌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정리해버리자는 게 서둘러 이혼하는 부부들의 공통된 견해인 듯합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혹은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혹은 이대로 주저앉기 전에', 하고 말이지요.

 

살아갈수록 맞지 않는 부분이 점점 늘어날 거라는 '박범신 작가'의 말은 새겨들을 만합니다.

결혼 30여 년이라는…, 산전수전 다 겪은…

세세연년 애증이 두꺼운 더께로 쌓였을 결혼생활의 고수다운 통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 결혼뿐이겠습니까?

사랑이든…, 공부든…, 노동이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이 다 그러하지요.

이렇듯 사람 사는 모습이야 누구나 다르지 않겠습니다만,

다시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같은 생각과 같은 삶을 산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저는 얼마 전-그러고 보면 수년, 아니 십 년이 훌쩍 지난-,

'존 그레이'라는 사람이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남자와 여자는

'화성과 금성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다가 서로의 필요로 만났고…,

그 만남을 통해 서로의 행복을 갈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두 남녀가 만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지구라고 하는 새로운 세계에 떨어지게 되었고,

그 순간 남녀는

화성과 금성이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살다가 만난 사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 여자를, 또는 여자는 남자를 서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서로 자기의 입장만을 관철하려하고,

상대를 배려하려는 생각이 없다 보니 갈등하고 고통받는다는 것이지요.

 

세상 사람들이여!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가족…, 남편과 아내…?

 

아닙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일 뿐입니다.

하지만 개인은 나약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나약한 점을 보강하고자 서로 확신하기 어려운 신(神)을 선택하게 되고,

또 가까이에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게 되는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동성(同性)보다는 이성(異性) 간의 만남이나 사귐이 오히려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씩만 양보해 보십시오.

그러면 화성과 금성의 거리감은 언제든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것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의 시작단계인

결혼이란 단어를 성공적으로 이끌길 바랍니다.

그리고 끝까지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고운 님들이시여!

 

오늘은 입춘(立春)입니다.

긴 겨울이 끝이 나고 봄풀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시기이지요.

마음 안에 담긴 욕심이란 허울들을 하나 둘, 모두 털어내고

현실에 만족하며 유유자적할 수 있는 멋진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행복하소서.(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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