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돌아서는 길 / 청송 권규학
너를 만나고 돌아서는 길
꽁무니를 내빼는 철마(鐵馬)의 뒤로
검은 구름 한 무더기 웅크리고
마음 안엔 고독의 씨앗이 발아(發芽)한다
가을 끝자락
철길 위엔 발가벗은 햇살이 엎드리고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 한두 방울 떨어져 내린다
언제였던가
우연이 필연으로 바뀐
만남과 만남 사이
떼어낼 수 없는 정(情) 무덤
된다 안 된다
한다 못 한다
서로 간 안달복달했던 세월 나부랭이
한 세상 돌아드니 그것이 사랑이로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몰라도
너를 만나고 돌아서는 길
풀지 못할 마음 안 응어리
마음 앞에 다가서는 고독의 덩어리
사랑을 위한 사랑이면 더 좋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랑이라도 어쩔 수 없는
긴 세월, 사랑의 이름으로 기억된다면
오늘의 만남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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