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게 사랑이었을까 / 청송 권규학
우리는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남과 여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자식 낳아 기르며 살아갑니다
나는 남자 너는 여자
남자로 사는 방법도
여자로 사는 방법도
처음엔 몹시 서툴고 답답했습니다
힘들 땐 힘들다고
아플 땐 아프다고
마음 터 놓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행여 마음 다칠 세라
행여 쓸데없이 걱정할 세라
힘들어도 아파도
속으로만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어떨 땐 심한 언쟁으로 다투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주며 싸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해와 화해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삶이란 게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너의 눈에 든 티끌을 탓하기보다는
내 눈에 든 대들보에 마음 아파하며
서로를 배려하며 힘겹게 살았습니다
한 해 두 해…,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삶
속절없이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과연 사랑을 했을까요
돌아보면 까마득한 희로애락의 세월
멀리서 보니 희극(喜劇)인 듯했지만
눈앞의 삶은 비극(悲劇)이었습니다
따로 또 함께 산 우리의 삶이란 게.(231018)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스모스, 비를 부르네요 (0) | 2023.10.19 |
---|---|
운명(運命)이라면 (0) | 2023.10.19 |
가족(家族) (0) | 2023.10.18 |
인생항로(人生行路) (0) | 2023.10.16 |
그령 (0) | 2023.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