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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우리가 한 게 사랑이었을까

 

 

우리가 한 게 사랑이었을까 / 청송 권규학

 

 

우리는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남과 여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자식 낳아 기르며 살아갑니다

 

나는 남자 너는 여자

남자로 사는 방법도

여자로 사는 방법도

처음엔 몹시 서툴고 답답했습니다

 

힘들 땐 힘들다고

아플 땐 아프다고

마음 터 놓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행여 마음 다칠 세라

행여 쓸데없이 걱정할 세라

힘들어도 아파도

속으로만 끙끙 앓기만 했습니다

 

어떨 땐 심한 언쟁으로 다투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주며 싸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해와 화해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삶이란 게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너의 눈에 든 티끌을 탓하기보다는

내 눈에 든 대들보에 마음 아파하며

서로를 배려하며 힘겹게 살았습니다 

 

한 해 두 해…,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삶

속절없이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과연 사랑을 했을까요

 

돌아보면 까마득한 희로애락의 세월

멀리서 보니 희극(喜劇)인 듯했지만

눈앞의 삶은 비극(悲劇)이었습니다

따로 또 함께 산 우리의 삶이란 게.(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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