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 청송 권규학
전원(田園) 뜨락의 감나무 한 그루
우듬지의 까치밥이
이른 겨울바람에 온몸을 떱니다
떨어지지 않으려 꼭 말아쥔 손
힘을 풀어 자연에 맡깁니다
콘크리트 바닥을 뒹구는 감 이파리
손을 놓고 떨어질 땐
그저 죽음이려니 생각했지만
땅바닥에 뒹굴 땐
잠시나마 편안한 휴식을 맛봅니다
손에 잡은 걸 놓으면
다시 움켜쥘 수 있을 것이요
내려놓으면 모든 게 다 편할 텐데
우린 왜 아무것도 내려놓질 못할까
골목을 쓸고 가는 바람에 묻습니다
바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바람이 걸음을 멈추고 대답을 합니다
가슴에 품되 밖으로 내뱉지 말 것이며
잊지 않되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2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