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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자작글

용(龍)의 눈물

 

 

용(龍)의 눈물 / 청송 권규학

 

 

울퉁불퉁 혼탁한 요즘 세상

인물도 많고 물건(?)도 많다

입만 열면 제 잘났다고 떠벌이는 사람들

어찌어찌 줄을 잡고 승천을 꿈꾸는 이들

누가 잠룡이고 누가 이무기인지

행여 썩은 동아줄을 잡은 건 아닌지

 

얽히고설킨 복잡한 세상사

정말 잘난 인물도, 제 잘난 물건도 많다

땅도 하늘도 뒤죽박죽 오염된 세상

정녕 개천에서 용(龍)이 날 수도 있는 걸까

용(龍)도 이무기도 물 밖에 나오면

하찮은 개미에게도 물어뜯길 수밖에 없다는

 

호랑이의 발톱과 이빨을 숨긴 채

비루먹은 망아지 행세로 세상을 속인 사람

용의 발톱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아무리 고고한 학(鶴)이 되고 싶어도

이미 까마귀 둥지의 검은 날짐승일 뿐

무지개를 쳐다보고 헛물을 켜는 건 아닐는지

 

늑대가 풀을 뜯는다고 양이되진 않겠지만

어차피 바둑판의 싸움돌로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역사에 남을 점 하나라도 찍어야 할 터

꽃이 시들면

굶주린 벌 나비조차 쳐다보지 않겠기에

숨지 않고 나서는 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복숭아가 아무리 달게 보여도

고양이 입엔 버려진 생선 대가리만 못하듯이

시궁창에 코를 박은 자가 있어야

마른 바닥에 등짝 붙이는 자도 생기는 법

등 굽은 나무로 오래 사는 것보다는

그저, 열흘 붉은 꽃으로 살려는지도 모를.(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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