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청송 권규학
내가 죽으면 너는
울까, 웃을까
웃는 척 돌아서서 옷소매를 적실까
한 사람이 웃으면 여럿이 울 것이요
한 사람이 울어 여럿이 웃을 수 있다면
기꺼이 한 목숨 초개와 같이 버릴 것이로다
나, 큰 울음 울며 세상에 올 때
사람들은 기뻐 웃었거늘
나, 웃으며 세상을 떠날 때
큰 울음 울며 슬퍼하는 이 있다면
어찌 행복이라 하지 않으리
내 한 목숨 세상의 기쁨이 된다면
망설임없이 삼도천을 건널 것이요
나 죽어 세상의 슬픔이 된다면
일백 번 고쳐 죽어 영혼으로 살고 지고
어차피 한 번 왔다 한 번은 가야할 길
먼저와 나중을 따질 바에야
차라리 지금 죽어 세상의 기쁨이 되리
웃을까 울까
울다가 돌아서서 크게 웃을까
내가 죽으면 너는.(2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