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자작글

내가 죽으면

 

내가 죽으면/청송 권규학

 

 

내가 죽으면 너는

울까, 웃을까

웃는 척 돌아서서 옷소매를 적실까

 

한 사람이 웃으면 여럿이 울 것이요

한 사람이 울어 여럿이 웃을 수 있다면

기꺼이 한 목숨 초개와 같이 버릴 것이로다

 

나, 큰 울음 울며 세상에 올 때

사람들은 기뻐 웃었거늘

나, 웃으며 세상을 떠날 때

큰 울음 울며 슬퍼하는 이 있다면

어찌 행복이라 하지 않으리

 

내 한 목숨 세상의 기쁨이 된다면

망설임없이 삼도천을 건널 것이요

나 죽어 세상의 슬픔이 된다면

일백 번 고쳐 죽어 영혼으로 살고 지고

 

어차피 한 번 왔다 한 번은 가야할 길

먼저와 나중을 따질 바에야

차라리 지금 죽어 세상의 기쁨이 되리

 

웃을까 울까

울다가 돌아서서 크게 웃을까

내가 죽으면 너는.(210422)

 

 

 

'자작시·자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이란(1)  (0) 2021.04.25
행복의 창(窓)  (0) 2021.04.23
인생의 팥소  (0) 2021.04.21
사람이 곧 하늘일 지니  (0) 2021.04.19
시간 도둑  (0) 20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