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希望)12 / 청송 권규학
설날이 지났으니
이제는 봄을 이야기하려는가
무채색의 먼산, 가까운 들녘
전원(田園)의 낮은 담벼락 밑에
연둣빛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코앞으로 다가선 봄
다른 달보다 짧아서 서운한
시샘달이 희망을 업고 오면
생각만 해도 눈물이 쏟아져
가슴에 담고 들추지도 못한 이름
그 이름,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으리
나무 한 그루를 보고서
산 전체를 봤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꽃망울만 간직한 봉오리보다는
열매를 품고 있는 꽃에서
결실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듯이
어둡고 암담했던 계절이 지나면
희망의 연둣빛 새싹이 싹틀지니
희망을 버리고서 어찌
구원의 손길을 기대할 수 있으랴
생명이 존재하는 한 희망을 꺾지 말고
신의 선택을 받기 전에
스스로 신을 선택해 살아갈 밖에.(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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