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청문회 / 청송 권규학
가을 뜨락에 작물이 풍성합니다
이곳저곳 정성을 다해 가꾼 풀꽃들
저마다 자기 색깔로 가을을 맞습니다
텃밭 중앙에 유독 돋보이는 게 자랍니다
키도 크고 몸도 튼튼
잘 생긴 외모에 멀쩡한 허우대
농부의 눈과 마음에 쏙 드는 작물입니다
농부만 좋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듯합니다
크게 무성해져서
짙고 푸른색을 뽐낼 수는 있을지라도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할 잡풀
그러하기에 반드시 뽑아내야만 합니다
그것도
내 손이 아닌 남의 손을 빌려서라도…,
농부의 고민은 커져만 갑니다
안으로는
같은 마음으로 함께 걷자고
굳게 약속한 동료에 대한 배신이요
밖으로는
부담을 감당하기엔 너무나 질기고 거친
풀꽃인 듯 꽃이 아닌 잡풀이기에.(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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