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이야기(2) / 청송 권규학
그 거센 장맛비 속에서도
거친 태풍의 시달림 속에서도
잡초(雜草)라는 거짓 이름 대신
오직
제 이름으로 살아가려고
제대로 된 이름을 찾으려고
의연하고도 도도하게 견뎌 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에게
더 예쁘고 더 화사하게 다가서고자
분칠을 하고 빨간 루즈를 바르고
향긋한 향기까지 덤으로 보태는…,
그런 너의 향기를 느꼈으면서도
이름이 없어서 불러주지 못했다
이름이 있어도 불러주지 않았다
한갓 잡초란 이름에 묻혀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풀꽃들
제대로 봐주지 못한 나를 탓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고
보이는 것에만 몰두하다가
끝내 후회란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린다
눈이 영혼의 창문이라면
처음부터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고
진실한 눈으로 세상을 보자
후회란 이름, 그것은 곧
천국을 바라보면서 지옥을 느끼는 것일 테니.(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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