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봄을 엿보다 / 청송 권규학
대한민국, 좁은 땅덩어리
어딘가엔 폭설이 내려서 난리를 치고
남녘 땅, 또 다른 어느 곳에선
하루가 멀다고 꽃소식이 들려온다
눈 대란(大亂)에 꽃 소식이 뒤섞인
잎새달의 소소리바람 속에서
쏘옥쏘옥
꽃망울을 터트린 해맑은 얼굴
보송보송
눈을 헤치며 올라오는 잎이
솜털 돋은 노루의 귀를 닮았다
속속들이 겨울빛을 아우른 숲
그 숲의 나무와 풀꽃 사이
쫑긋쫑긋, 하늘을 받쳐 든
흰색, 분홍색 아름다운 자태
꽃인가, 꽃잎을 닮은 꽃받침인가?
어쩌면, 곤충을 부르는 본능인지도 모를
꽃을 향한 간절한 염원으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꽃받침
너의 그 고운 몸짓에 몸을 기대고
마음마저 몽땅 내려놓은 채
느끼고 또 배운다, 나를 바꾸는 법을.(1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