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 가운데'를 읽고
작가 「루이제 린저」는 1911년 독일 출생으로 1937년에 처녀작인 '안나'를 발표했으며,
1940년 중편 '유리의 파문', 1950년에 '생의 한 가운데'를 발표하여 '슈켈레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다니엘라(1953)', '크리스마스 이야기(1953)', 평론집 '중점(1960)', 장편 '택지(1970)',
'미리암(1983)', 에세이집 '검은 고양이(1974)' 등이 있다.
작가 '루이제 린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행복한 소녀시절, 가슴뛰는 문학소녀 시절,
한 여인으로서의 행복과 전쟁이 가져다 준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겪고 난 후,
작가 자신의 삶의 분수령을 이루는 시점에서 지나온 삶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관조 가운데서
작가 자신의 고뇌와 구원, 이웃에 대한 사랑의 눈뜸 등이 총 망라된 자전적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참다운 사랑을 찾아 헤메며 겪는 마음의 행로, 결혼과 출산의 기쁨과 고통, 희망과 절망,
삶에 대한 우수와 무서운 집념 따위가 주인공 자신의 고백과 주인공을 사랑해 온 한 의사의 일기체 형식의 기록이
수십 년 만에 만난 주인공 언니의 눈을 통해 전개된다.
작가 '니나' 자신의 고백과 18년간 '니나'를 지켜보며 그녀에게 전 생애를 건 대학교수 '슈타인'의 기록,
'니나'의 언니 '마르그네트'와 '니나'의 대화, '마르그네트' 자신의 깨우침의 기록이 작품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제목이 말해 주듯이 한 인간의 생 그 자체를 쓴 것이다.
현재형인 제목이 표현처럼 아직까지 현존하는 인물에 대한 작가의 체험적 경험이 쌓인 것 같아 더욱 시선을 끈다.
맨 처음 의사와 환자로 만나 사랑에 빠져 18년 간 그 성장을 지켜본
'니나'에게 '슈타인'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20년이나 연상인 '슈타인'은 그 긴 세월에 걸쳐 '니나'의 생성과 변화를 관찰하며
자신의 삶 전부를 걸어 사랑하면서도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망설이다가
사랑을 놓쳐 머리는 형의 전형적인 비극적 지성인이다.
그는 자신의 생명과 바꾸어도 아깝지 않은 '니나'의 방종을 인내해야 했고,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눈물로써 감수해야 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잉태한 '니나'의 자살을 막아 주어야 했으며,
전 남편의 옥중 자살을 도우려는 '니나'의 모험을 방조하기도 했으며,
'니나'를 도와서 나찌의 박해를 피하여 국외로 탈출하는 피난민들을 국경으로 실어 나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무엇보다도 '니나'에 대한 꺼질 줄 모르는 사랑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니나'는 일체의 억압과 아픔을 삶의 한 가운데서 용해시켜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거기에서 새로운 힘과 생명력을 얻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여자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멋진 삶의 반전을 이룩한다.
그 과정에서 뼈를 깎고 살을 에는 치밀한 정신이 그 반전을 주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과정을 의사 '슈타인'은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한 바를 일기형식을 빌어
애타게 사랑의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쓴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여성을 통한 남성의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사랑이 갖는 일원적인 승화로 볼 수 있으며, 남성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성이 자신의 새 존재를 느낄 때, 거기서 얻어지는 개체의 존재의식이야말로
모든 여성들에게 보다 참된 애정관과 생활관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삶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 중에는 한 개인을 넘어선 집단적 폭력의 억압이 있다.
'니나'는 이 억압에 과감히 맞선다.
옳지 못한 다수에 대해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저항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양심세력에 행동으로 참여하여 투쟁하다 마침내는 투옥되고 만다.
그러한 투쟁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증오, 억압과 고통, 인내와 삶에의 의지를 통해서 이웃에 대한 사랑에 눈뜸으로써
'니나'는 자신의 소시민적 근성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물은 우리의 삶 가운데 살아 움직이는 어떤 구체적인 실존인물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니나'의 억압과 아픔을 생의 한 가운데서 용해시켜 무력화시킴으로써 거기에서 새로운 반전의 힘과
생명력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점이 우리 각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삶에 대한 자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