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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 서 평

데드 코언(강현석 역 : 이소)의 '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

    데드 코언(강현석 역 : 이소)의
    
    '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읽고
    
    
    '굴뚝 청소를 하고 내려온 두 남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얼굴이 깨끗했고, 한 사람은 얼굴이 더러웠다. 누가 얼굴을 씻을까?'
    탈무드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젊은 학자에게 랍비가 낸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 학자는 맞추지 못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학자가 기본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탈무드를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랍비가 거절하는 대목에 있다. 
    굴뚝 청소를 한 사람이 누구는 깨끗하고 누구는 더럽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149~152쪽)
    환자가 진찰을 마치고 의사에게 말했다.
    "선생님, 정말 폐렴이 맞나요? 
    며칠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페렴이라는 진단을 받고 장티푸스로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십시오."
    의사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자랑스레 대답했다.
    "제가 폐렴이라고 진단한 사람들은 모두 폐렴으로 죽었으니까요."(90쪽) 
    미국 철학자 테드 코언은 우스개를 중간 중간 소개하면서 우스개의 속성, 구조, 의미까지 분석해 보인다. 
    웃음과 그 속의 웃음을 유발하는 인자들을 자연스럽게 추적한다. 
    우스개를 철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우스개가 먹혀드는지, 
    우리가 우스개를 즐겨 쓰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나아가 우스개라는 존재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서술했다. 
    그는 '내가 우스개를 하고, 당신이 거기에 웃음으로 화답하는 것'은 곧 서로에 대한 믿음의 확인이자 
    교감의 표현이라고 하면서 '친교를 나누는 화폐'로서의 우스개, '어이 없는 세상사를 수용하는 방편'으로서의 
    우스개, '평범한 자들의 강력한 무기'로서의 우스개에 대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옮긴이의 우려대로 서양의 유머가 우리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 곳은 음미를 하면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