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도시'를 읽고
작가 「이청준」은 1939년 전남 장흥 출생으로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창작집으로 '별을 보여 드립니다', '소문의 벽', '살아있는 늪', '비화밀교(秘火密敎)',
'키작은 자유인', '가해자의 얼굴'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당신들의 천국', '춤추는 사제',
'이교도의 성가', '아리아리 강강', '이제 우리들의 잔을' 등이 있다.
1967년 '병신과 머저리'로 제13회 '동인 문학상', 1978년 '잔인한 도시'로 제2회 '이상 문학상',
1985년에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한국일보 창작 문학상'과 '중앙 문예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오랜 복역생활 끝에 교도소를 출감한 노년의 사내가 있다.
교도소 감옥을 빠져나와 공원 어귀에 이른다.
거기에서 새장 속에 든 참새를 파는 젊은 사내가 있다.
사람들은 참새를 사서 날려 준다. 말하자면 새를 방생하는 것이다.
노인은 새장을 빠져나와 비상(飛翔)하는 새의 모습을 감동어린 눈으로 지켜본다.
노인은 그 날 밤을 공원 숲에서 보낸다.
다음 날 공원에 떨어져 있는 잔돈을 주워 새를 사서 날린다.
그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아비의 출감 날짜에 맞춰 마중을 나올 터이나,
아마도 편지가 늦게 도착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새 장수는 성업 중이고 그 많은 참새를 어디에서 마련하는지 궁금해하던 노인은
마침내 새 장수의 비밀을 알게 된다.
새장을 떠난 참새는 공원 숲으로 날아가고 새 장수는 어두운 밤 플래시 불빛으로 새를 잡는다는 것,
게다가 새의 안쪽 깃털을 예리하게 도려내 새들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내가 새를 잡던 밤, 숲에서 자던 노인에게 새 한 마리가 떨어져 내렸다.
이상하게도 노인을 겁내지 않았다.
다음 날 노인은 새를 날리려 새 장수에게 갔다가 그 새를 발견한다.
속 털이 잘려나간 새는 닥쳐올 추위에 버티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노인은 6개월 분의 노역비를 지불하고 그 새를 사서 남쪽의 고향으로 향한다.
이 소설은 1978년 7월 「한국문단」에 발표된 단편으로 상황설정의 독특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진기한 상황을 한갓 기이함만으로 처리해 버리지는 않는다.
그것은 작가 '이청준'의 미덕인 치열한 장인정신과 차분하고 논리적인 문체의 힘에서 비롯된다.
소설의 초두에서 새의 비상(飛翔)은 노인이 동경해 온 자유를 의미했다.
그러나 새의 비밀을 알아낸 중반부의 노인에게는 새가 더 이상 자유로움의 표상일 수 없다.
그것은 이미 사내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게 운명지어진 초라한 미물일 뿐이며,
출감한 이후에도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노인의 모습과 동일한 것이다.
노인은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으나 아들은 오지 않는다.
그는 새와 함께 남쪽의 따뜻한 고향을 찾아 내려간다.
그러나 그 고향이 진실로 존재하고 있는지..., 그곳이 진실로 따뜻한 곳인지...,에 대한
물음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불구의 새를 품고있는 노인의 가슴이야말로 바로 그 따뜻한 곳의 근원이므로
그가 머무르는 곳이라면 어디나 따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말미에 나타나는 비애의 색조조차도 그 훈훈함의 일부일 것이다.
글을 읽고 난 지금 오늘 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핵가족 속에서의 노인들의 설자리를 생각해 보았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식들에게서조차 버림을 받은 일부의 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본다.
공원이나 역 대합실 등지를 떠도는 노인들의 애처로운 모습에서
노년기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안타까움이 더하다.